월간 쿠켄

[스크랩] 녹차와의 인연

닥터허 2007. 5. 13. 23:30

 최근 나는 커피에 훔뻑 빠져있다. 커피의 향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구입한 원두를 분쇄하여 병에 넣어 학교에 둘려고 차안에 둔 것이 잘못되어 뚜껑이 열려 봉지안에 쏟아져버린 일이 있었는데도 차안에 감도는 커피향이 너무 좋아 커피가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커피샵에 가면 바리스타가 커피 내리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바에 앉아 커피분쇄할 때의 향을 맡기를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지난 2002년 9월경부터가 아닌가 한다. 그 때 마침 월간 '커피' 9월호를 우연한 기회에 읽고 나서부터 원두 커피의 발전 가능성을 예감하고 공부하다가 커피향에 슬슬 빠져든 셈이다. 그 때까지 내가 좋아한 음료는 녹차였다.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내가 그 당시 우리나라의 음료  문화 수준에서 특별한 음료에 취향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1778년 10월 일본에 유학을 가서 접한 최초의 음료가 '녹차'였다. 10월 28일 일본에 도착하여 그 다음 날 학교를 방문하여 유학 수속을 대충 마치고 내가 있게 된 축산물이용학연구실이 소속되어 있는 축산학과의 여러 연구실을 방문하여 교수님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1-2시간동안 마신 녹차가 무려  6잔이었다. 외국에 갓 온 유학생이 교수님이 권해 준 녹차를 사양할 수도 없고 받아마시기 시작한 셈인데 그 녹차 맛이란 얼마나 떫었는지 지금까지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대부분의 일본 대학 연구실은 오후 4시경이 되면 연구실의 교수님,조교수, 조수(조교),대학원생과 졸업 논문을 쓰기 위하여 1년간 실험실에 와서 실험하는 학부 4학년생들이 모여 '오차 타임'을 갖는다. 일본 녹차를 마시게 되는데 차 준비는 순서없이 돌아가면서 준비하며 채 1시간 미만의 그 시간에는 딱딱한 이야기 대신 부드러운 세상사 이야기로 서로를 어루만져주며 연구의 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된다. 웃으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 내가 전용으로 마시던 녹차 컵이 13년 후에 2개월간 단기 연구원으로 다시 그 연구실에 갔을 때 거기서 조우(?)하여 일본 사람들의 성격을 보는 것 같아 놀란 적이 있었다. 5년 6개월간의 유학 생활은 나의 녹차 미각을 충분히 발달시킬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다양한 녹차 맛을 즐기고 또 녹차와 관련된 책과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읽고 스크랩하기도 하였다. 동다송, 다신전 등, 그리고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서울 삼청동  녹차 교육원을 방문하여 다도교육을 받고자 했던 때가 198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상지영서대학에 평생교육원이 설립되고 그 설립준비위원장을 담당하였던 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2000년 5월에 초대 평생교육원장직을 맡게 되었다. 지난 98년부터 '제과제빵실습과정'의 지도 교수를 맡고 운영한 경험이 평생교육원의 창립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 인연으로 마침 그해 6월에 '전국 대학 평생교육원장 회의'가 목포에 있었는데 나는 일정을 하루 더 연기하여 차 문화를 공부하면서 가 보고 싶었던 강진의 다산초당과 해남 대흥사의 일지암을 둘러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되었다. 그 전에는 전남 광주에 있는 허백련 선생이 일구신 춘설다헌을 찿아가 그 곳에서 머문 시간들. 그리고 그 분의 장손이신 허달재 선생이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맞은 편 다실에서 그려 준 난과 화로를 소재로한 그림 등 나와 차와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관광조리음료과를 신설하면서 그 교과 과정에 다류실습이라는 과목을 설강하였다. 녹차와 홍차 문화를 다루고자 하는 과목이다. 커피문화와 차 문화가 공존하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여기에 배어있다. 

(2005.12.월간 쿠켄)

 

출처 : 커피대학
글쓴이 : 원주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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