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허 2008. 3. 29. 02:40

   치악산은 원주를 상징하는 산이다. 험하기로 말하면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 정상을 비로봉(1288mm)이라고 하며 돌탑이 3개 있다. 내가 치악산 비로봉에 맨 처음 올라간 것은 지금부터 오래 전인 35년 전인 1973년 경이다. 소초면 백달리에 있는 군부대에 근무할 때 동생이 군대 가기 전에 면회를 와서 부대 동료들과 같이 겨울 등반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군에서 제대를 하고 대학에 복학하여 대학 친구들과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등반을 하다가 큰 비를 만나 산 아래 계곡 앞에서 양봉을 하는 농가에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 온 적이 있었고, 그 경험을 살려 얼마 후에 내 눈에 예쁘게만 보였던 아가씨와 단 둘이 정상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비를 만나 그 농가에서 하루를 묵었었다. 그 농가의 주인 부부는 지금 치악산 국립공원 정비 계획에 밀려 그 곳을 벗어나서 구룡사 매표소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직장이 있는 원주에 정착(1990년)하고서 매표소 앞에서 그 부부를 만나 그 옛날 이야기를 하였더니 갑자기 집 모퉁이로 팔을 끌고 가더니 "혹시 그 때 그 아가씨가 지금 같이 온 그 분이냐?"고 물어서 내가 실소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다면 스토리 전개에 신경을 써야할 불편함이 따를 수 있지 않는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내가 매일 학교에서 커피를 볶고 커피를 내리고 또 커피 수업을 하는 곳에서는 산 정상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내 연구실이 있어서 한 동안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 쌍안경을 들고 뾰족하게 보이는 돌탑을 뚫어지게 바라다보곤 하였다. 단풍이 물드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지만,구름이 산봉우리를 휘감고 있는 날과 황사 때문에 비로봉이 보이는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원주는 전국의 어느 곳보다 커피 문화가 발달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커피 교실 수강생이 전국에서 제일 많고, 도시 규모에 비해 커피 전문점이 성업 중에 있고, 거기다가 커피 콩을 볶는 배전기를 비치한 로스터리 카페(Roastery Cafe')의 수도 놀랄 정도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느 곳을 가도 비로봉을 바라다보면서 커피를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2월에 내가 사용하던 연구실의 벽을 허물고 교육용 카페를 만들고 그 곳을 ‘카페 치악’이라고 명명하였는데 그 곳이 어쩌면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기자기한 곳으로 만들지 못하여 그 기분을 거기서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원주의 주위를 빙 둘러 싸듯이 치악산이 감싸고 있는데  비로봉을 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언제쯤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그런 카페가 생길 수 있을까?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맛있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거품을 얹고 그 위에 돌탑이 3개 그려진 ‘라떼아트(Latte Art)'를 ’비로푸치노(Biroppuccino)'라고 하여 서비스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