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극장 옆 늘봄 다방
오래 전에 원주에는 군인극장이 있었다. 내가 원주에서 군 생활을 할 때인 30여년 전에 시내에 나가면 온통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시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휴일에 부대원들과 함께 행렬을 지어 소초면 흥양리에 있는 부대에서 (구)시청앞 네거리에 위치한 군인극장까지 도보로 행군하며 영화를 보러 자주 가곤하였다. 그 군인극장 오른 편에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면세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었던 것 같았고 그 옆엔 내가 원주에 이사 온 지난 1990년도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당시엔 늘봄다방이 있었다. 그 다방은 꽤 넓은 공간에 분위기도 괜찮았던 것 같았고 차를 날라주는 아가씨도 친절했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을 휴학하고 간 군대에서 나는 잘 적응한 편이 못되었던 것 같다. 일요일에 외출하면 고작 학성동에 있는 돼지불고기 집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그 다방에 들러 잠시 쉬다온 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가 서점에 가서 산 책은 생텍쥐뻬리의 야간비행이라던가 그런 책이었다. 그런데 어제 1학년을 마치고 군입대한지 채 100일이 않된 제자가 휴가를 왔다고 학교로 찾아왔다. 빡빡 깍은 머리 차림에 처음엔 다소 달라진 모습에 당황하였지만 그 황금 휴가에 학교로 찾아 온 그의 심성이 착하기만 하였다. 식사도 같이 하지 못하고 얼마간의 용돈을 쥐어주며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효도는 네가 군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근무하는 것이라고 일러주며 그와 짧은 시간을 같이 하였다.
(구)군인극장 터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 도서관과 보건소가 들어서는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그 주위는 원주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원일로이며 은행이 있는 그 뒤편은 먹자골목이라고 하여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불행하게도 그 주위엔 제대로 커피 맛을 내는 커피전문점이 없었다가 최근에 약속이라도 한 듯 서,너 곳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지하상가 근처에 ‘탐앤탐스’가 들어서자 금강제화 안쪽에 ‘퀸스빈스’가 생겼고 그 얼마 후에 신한은행 뒤쪽에 ‘아퀴테르메’가 들어서자 동아서관 길 건너편 2층에 자그마한 카페가 문을 열었고 연이어 ‘아퀴테르메’ 우측에 ‘닥터 빈 커피’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판부면 서곡리에서 단관지구로, 거기서 행구동과 황골로 영역을 넓히던 커피전문점이 드디어 시내로 방향을 틀어 지난 3,4 개월 만에 시내 중심가에 카페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원주 시내엔 군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예전처럼 많이 보이진 않지만 그런데도 자세히 보면 토요일이던가 아니면 일요일에 외출 나온 군인들과 책방이나 오락실 부군에서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래 전의 나의 모습을 그들로부터 발견하곤 시선을 떼지 못하곤 한다. 이번 4월에 오픈 예정인 커피전문점의 사장님에게 일요일만이라도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는 특별할인 제도를 부여하여 그들이 모처럼의 외출 시간을 커피 향에 젖어 리락스한 한 때를 보내게 할 순 없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그 옛날 ‘늘봄다방’에서 그런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