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 지수의 향상을 기대하며-박경리문학공원 토지학교 수료기념집
가끔 외국에서 그곳의 도시를 거닐다 보면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원주와 비교할 때가 많다. 원주는 내가 오랫동안 살아야 할 곳이고 여행을 온 이곳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도시, 춘천과 강릉 그리고 원주를 비교하더라도 오랫동안 원주가 약간 뒤쳐진다는 생각을 해 왔다. 원주는 왠지 다른 도시에 비해 삭막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장양초등학교 부근에서 직장이 있는 우산동까지 얼마 되지 않는 5킬로미터를 걸어가더라도 오른쪽에 두 개, 왼쪽에도 두 개, 모두 네 개의 큰 군 부대를 지나야만 한다. 군 부대는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고 그 담벼락위에는 날카로운 사금파리와 철조망까지 둘러쳐져 있고 게다가 내려다 볼 수 있는 망루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군 부대가 많다고 해서 반듯이 어떻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규모에 비해서 그 곳이 너무 비대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군인이나 군시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국제걷기대회와 따뚜 행사 등에서 잠깐 보여주는 정도라고 한다면 지나친 편견일까. 군 부대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에 비한다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면에서 여러 생각들을 가지게 한다. 군부대는 원주시가 아닌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시민들과 유리된 곳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그러므로 그 곳은 우리 하고는 다른 남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치우치기 쉽다. 아무래도 남과 같이 산다는 것은 불편하며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원주가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반곡역은 휭뎅그러하게 남아있고 그 주위의 넓은 공간에는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가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그 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지 걱정스럽다. 설마하니 콘크리트 밀림을 만들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코펜하겐은 인구 100만이 좀 넘는 덴마크의 수도이다. 거긴 자전거 도로가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좌,우로 분리되어 통행하게끔 되어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활기차게 자전거로 통행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 이 나라는 역동적인 나라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시가지를 거닐며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청정의 도시다. 시민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범세계적으로 조사했더니 코펜하겐 시민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하는 통계가 나왔다고 하는데 이해가 간다.
박경리 문학공원의 토지학교는 매주 토요일에 소설 '토지'를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시민들에게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원주시와 지역 언론사에 의하여 운영되는 이 전문과정에 4,50대의 시민들이 토요일 오후를 할애하여 참여하고 있다. 공무원하면 관료라는 이미지와 겹쳐서 부정적으로 투영되는부분이 없지 않은데 이곳을 보면 그런 선입견을 없앨 수 있다. 시민에 대한 봉사라고 하는 의무가 아닌 원주시가 마음이 내켜서 일을 한다면 이런 유연성 있고 감성 있는 사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태장에서 학다리를 지나면 군 부대의 담벼락이 허물어지고 넓은 공간에 체육단지가 조성된다는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우산동 철교에서 태장 방면으로는 변변한 문화 공간 하나 없어서 북부 지역 시민들이 원주시로부터 참 소외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그 동안 해 왔는데 늦었지만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다니 달라지는 이곳의 환경이 기대된다.
오랫동안 흉물처럼 방치돼 왔던 구 군인극장 부지가 시민문화센터라는 신선한 콘텐츠로 변신하여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시내 중심가에 땅값도 엄청날텐데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가능했다는 면은 참으로 신선한 발상이다.
인구가 50만이 된다고 해서 원주시민이 반듯이 행복해질 것 같지는 않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민행정이 이루어지고 시민들의 행복 지수가 높다면 인구의 많고 적음은 큰 문제가 아니다. 시끌벅적한 단구동 한 켠에 협소하게 자리 잡은 문학공원이 반곡역 부근처럼 널찍하게 차지하는 공간으로 조성된다면 원주의 도시 이미지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