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원주 매봉 마을 카페촌으로

커피 향기로 만나는 감성의 도시를 지향하며

닥터허 2010. 4. 13. 11:20

커피 향기로 만나는 감성의 도시를 지향하며

 

허경택(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10일 이른 아침 9시부터 원주시 단계동 백간공원에는 가벼운 산책 차림의 커피를 사랑하고,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이색적인 행사라고 언론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여주어서, 100명에서 200백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20대로 성장한 아들,딸과 함께 오신 아주머니, 놀토라서 참가가 가능했던 고등학교 선생님 부부, 커피 전문점 창업을 계획하고 부인은 바리스타자격증을 이미 취득하고 남편은 DIY(가구 손수 만들기)를 하고 있다는 태백에서 오신 부부, “소설 토지”를 읽고 있던 중에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따님과 함께 서울에서 오신 세 가족,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중인 시민, 커피를 주제로 에세이를 집필 중이신 시인, 서울 압구정 허형만 커피 부부, 월간 커피 & 티 발행인 부부, 상지영서대학에서 지난 96년부터 4년간 학장으로 계셨던 84세의 전 학장님이 서울에서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오셨다. 커피를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단체로 참가해 주신 언론 기관 종사자 여러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오신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이 10시 가까이 되자 240여명으로 불어났다.

 

   어제보다 약간 차가운 공기에 흐린 날씨였지만 걷기에는 좋은 일기였다. “커피 향기 따라 느리게 걷기” 현수막을 길다랗게 펼쳐들고, 원주 한지로 만든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우리들은 느릿느릿 걸었다. 길가의 커피전문점 간판을 눈여겨보면서 시청 앞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조금 지나자, 길가 언덕배기에는 산수유와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었다. 신호대기 선 앞의 자동차의 차창 너머로, 호기심에 어린 눈빛이 현수막 글자와 행렬을 보고 있었다. 매봉마을 카페 촌에서 30분간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을 거르고 오신 분들은 그 시간을 활용하여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시금 행렬은 근린공원을 지나 박경리문학공원으로 방향을 잡고 서서히 이동하였다. 길가의 조경이 이번 행사의 “커피 가도”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공원에 이르는 카페에서는 사장님 부부가 문밖에 나와서 밝은 웃음으로 손을 흔들어 주셨다. 박경리 문학공원의 “용두레 벌”과 “홍이 동산” 그리고 “섬진강 나루터”를 지나, 박경리 선생님이 집필 중에 채소를 가꾸시다가 바위위에 앉아 잠시 쉬고 계시는 모습의 브론즈 동상이 있는 <옛날 그 집> 잔디밭에는, 빠알간 텐트가 시선을 끄는 속에서 사이펀 커피 앞에 길다란 행렬이 만들어졌다. 카페에서 협찬해 준 행운권의 번호가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고, 서울 전농 3동 “하늘 공부방”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모금함에도 배려가 깃들었다.  

 

   오늘의 느리게 걷기 행사는 “혁신도시”,“기업도시”“50만 인구달성”을 화두로 숨가쁘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원주>가, 커피 향기와 함께 감성의 도시로 발전하고자 하는 바람의 표출이다. 2년 전에 가본 덴마크 코펜하겐은 인구가 서울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삶의 행복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원주는 다행히 커피문화가 전국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있고, 걷기 대회도 활성화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 더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검토하고 다듬는다면, 보다 살기 좋은 “슬로 시티”로 발전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다음 번 행사에는 이번의 경험을 되살려, 시민들이 여유 속에서 느리게 걷기를 즐기고, 커피와 음악과 무용이 있는 무대를 준비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