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쉐어인터넷신문
[인터뷰]느림의 미학… 커피 전도사 ‘허경택 교수’
닥터허
2012. 2. 11. 22:27
[인터뷰]느림의 미학… 커피 전도사 ‘허경택 교수’ | ||||
국내 최초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 도입 | ||||
| ||||
| ||||
(뉴스쉐어=강원본부)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문화가 급격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커피공화국이라고까지 불리는 요즘 곳곳을 둘러보니 커피전문점들로 줄을 잇는다. 현대인들이 하루에 한잔씩은 마신다는 커피. 커피문화를 더 발전시키고자 우리나라 최초로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바리스타의 대부 상지영서대 조리음료바리스타과 허경택(61) 교수를 만났다.
Q. 어떻게 커피와 인연을 맺게 됐나요? 커피보다도 먼저 원주와 인연이 시작됐다고 해야 할까요? 젊은 시절 연고지인 경남 산청을 떠나 원주에서 3년간 군 생활을 했어요. 그 후에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요. 그리고 5년여간의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면서 다시 서울로 갈 줄 알았는데 90년도에 다시 원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상지영서대 교수로 부임하게 됐습니다. 동물과학과 교수로 임용된 당시 원주에 제과제빵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학원도 없기에 방학기간동안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과제빵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됐죠. 어릴 적에 빵을 유난히 좋아해서 내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하게 됐죠. 시민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어서 더 흐뭇했답니다. 빵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레 빵과 어울리는 커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 2002년 안식년 내내 커피 공부에만 몰두하게 됐어요. 그 결과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의 국제적 공인 커피 자격증도 취득하게 됐습니다. Q. 당시 바리스타가 생소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2003년경 커피도 전문적으로 배우면 좋겠다 싶어 상지영서대에 학과를 개설하려 했죠. 대부분 ‘누가 커피를 돈을 주고 배워?’ 이런 분위기였어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바리스타라는 말에 학과 개설은커녕 호응도 얻지 못했어요. 자존심도 많이 상했었죠. 그래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일념을 갖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후 2004년도에 상지영서대 기획실장을 역임하게 됐는데, 타이밍이 너무 좋았어요. 당시 교무처에 있던 학과개설 권한이 기획실로 넘어와서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을 다시 되새기며 우리나라 최초로 바리스타 과를 개설하게 됐습니다. Q. 국내 최초로 바리스타 자격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어떤 성과를 얻었나요? 학과를 신설하면서 커피전문가들과 뜻 맞는 지인들이 모여 ‘한국커피교육협의회’를 창설했어요. 무엇보다도 체계적이고 엄격한 시험을 통해 자격을 갖춘 바리스타를 육성하고자 국내 최초로 바리스타 자격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신뢰 있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됐죠. 첫 자격시험 때는 전국적으로 200여명이 응시했어요. 그 후로 5백명, 천명, 2천명, 5천명, 1년에 3만여명이 응시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바리스타가 되고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Q. 외국에도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나요? 대부분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습니다. 커피문화가 활발한 이탈리아나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커피를 즐긴 터라 커피 전문가도 많아지고 자연스레 이들을 ‘바리스타’로 부르게 된 거죠. 바리스타는 많지만 따로 자격증이 주어지진 않죠. Q. 우리나라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로 만들 이유가 있었나요?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커피전문점이 자리했지만 바리스타가 자연스레 생겨날 만큼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가 깊질 못해요. 1896년경 고종황제가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시음하게 되면서 알려지게 됐으나 본격적으로 원두커피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스타벅스 1호점을 오픈하면서 부터죠. 더군다나 유별나게 자격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모습에 엄격한 바리스타 자격 기준을 세우고 커피문화를 좀 더 발전시키고자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Q.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진 않았나요? 단호히 말할 수 있어요. 전혀 힘들거나 고되지 않아요. 물론 처음이 힘들다는 말이 있듯이 커피교육 창립 초기 때는 힘들었죠. 그 때 당시 일 년만 전력투구한다면 못 이룰 것 없겠다 싶었죠. 현재 방학 중인데도 일주일 내내 스케줄이 빡빡해요. 학교 사무실 사람들도 놀래죠. 하하. 그런데도 지금은 커피 자체가 너무 좋아서 힘든 줄 몰라요. 학생과 시민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학기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 것도 다 즐거운 일이에요. 어떤 일을 하 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려면 오래 못갑니다. 원주를 비롯한 각지에서 바리스타 교육요청도 많이 들어와요. 커피에 대한 열의가 있는 분들이 저에겐 활력소랍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늘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해요. 그래야 열심히 할 수 있고 평생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까. 지금 둘째 아들도 커피에 관심이 있는지 배우려고 해요. 본인만 원한다면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답니다. Q. 후배 바리스타들에게 바라시는 점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다 커피 쪽으로 나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저 커피가 알고 싶어서… 기술적인 면도 뛰어나야 하지만 어떤 것보다 감성을 가진 바리스타로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커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이 살아있는 자. 그래야 진짜 커피를 즐길 줄 아는 바리스타가 될 수 있거든요. Q. 커피문화가 가장 발달된 곳은 어느 나라인가요? 소통과 사교의 매개체라 할 수 있는 커피는 음악·문학·미술과 자연스럽게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느림의 미학이라 하듯 여유를 갖고 커피가 추구하는 문화에 젖어 있어야 즐길 수 있죠. 에스프레소의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이탈리아야말로 으뜸이라 할 수 있죠. ‘카푸치노, 카페라떼, 바리스타’라는 말도 이탈리아 어원에서 비롯된 겁니다. 더불어 일본도 많이 발전했어요. 일본은 음식에 대한 장인 정신도 남다르고 좋은 생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죠. 특히 일본은 드립커피가 많이 발달 됐어요. 대체적으로 축제나 챔피언십 대회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위치에 있나요? 우리나라도 에스프레스 쪽으로 많이 성장했고, 일본에 이어 드립커피 실력도 역동적이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리스타 쪽으로도 굉장히 앞서고 있어요. 유럽에 가서 ‘한국에 바리스타 교육장이 500개소가 넘는다’고 하면 깜짝 놀랍니다. 외형적으로는 놀랠 정도로 많이 발전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과 가정에서는 아직도 인스턴트 커피믹스가 우선시되고 있어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로 인해 한국시장에는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80%정도 자리 잡고 있어 좋은 생두를 많이 확보하는 일본에 비해 질적으로 조금 뒤떨어져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Q. 전체적으로 커피 소비량이 얼마나 되나요? 세계적으로 커피의 연간 소비량은 1인당 100잔이에요.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죠. 국제간의 교역량도 석유 다음으로 가장 활발합니다. 최대 소비국으로는 미국이 1등을 달리고 있어요. 그 다음 독일, 일본이 뒤따르고 있죠. 한국은 세계 11위로 1년에 1인당 450여잔을 소비하고 있지만 문화 수준까지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Q. 커피문화를 보완해가기 위한 방법은? 커피문화가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에 바리스타들에게는 각기 다르게 권유를 해봅니다. 융을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융 드립(Flannel drip)이라든지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사이폰(Syphon)이라든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 보라고 하죠. 커피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겐 먼저 커피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커피를 맛보고 그 맛에 매료되는 것. 원주에서는 지난 2010년도에 ‘커피향기 따라 느리게 걷기’라는 행사를 진행했었지요. 코스를 정해놓고 걸으며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점차 확산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스턴트커피에서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제 바람도 직장이나 가정집에 원두 분쇄기 1대 정도는 구비해 놓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과 커피가 어우러지는 것. Q. 교수님의 앞으로 행보 2년 후에는 홍차를 주로 한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5년여간의 유학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녹차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녹차를 발효시킨 홍차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많이 준비하고 공부해서 도전해 보려 합니다. 전국에 바리스타 붐을 일으킨 허경택 교수. ‘꿈은 이뤄진다’는 도전정신과 커피로 인한 분주했던 삶이 커피문화 발전에 뜻 깊은 행보였으리라. 아직 세계적 수준까지 도달하기엔 우리나라의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의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업음)의 자세가 든든할 따름이다. 강원본부 = 이예지 기자 기사제보 - newsshare@newsshare.co.kr < ⓒ 한국인터넷신문방송기자협회 -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연합 네트워크 뉴스쉐어 .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