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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5위의 쾌거를 이루고 온 이종훈 바리스타

닥터허 2011. 6. 19. 09:32

[이종훈] 2009 WBC, 5위의 쾌거를 이루고 온 이종훈 바리스타 조회수 : 2826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9-04-28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09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World Barista Championship, WBC)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이종훈(26ㆍRepublic of Coffee) 바리스타. 지난 24일, 51개국에서 각 나라 대표로 출전한 쟁쟁한 바리스타들 속에서 세계 5위라는 쾌거를 이루고 온 이종훈 바리스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나봤다.


Q. 2009 WBC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소감을 말해 달라
A.
2004년에 처음으로 WBC에 참가하고 나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 번이나 더 도전했다. 그때마다 한국 문턱에 걸려 좌절했었는데, 올해 다시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선발전과 마찬가지로 세계 대회 역시 원하는 만큼의 준비는 하지 못했다. 출국 전까지도 프레젠테이션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고, 에스프레소도 원하는 맛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04년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스스로 다짐했고, 열심히 시연에 임했다.


Q. 대회장 분위기는 어땠나

A. 아무래도 각 나라의 대표들이다 보니 응원단이 단체로 오는 국가들이 있었다. 응원 역시 정말 어마어마했다. 미국선수가 시연할 때는 결승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환호가 대단했다.

대회장은 과거에는 극장식으로 한쪽에만 관중이 앉을 수 있어 내가 관중을 봐야 그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이번에는 관중석이 세 방면으로 트여 있어 몸을 돌릴 때마다 관중과 마주치게 됐다. 그래서 선수입장에서는 더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Q. 본선 경기는 어땠나

A. 인터넷 중계가 자주 끊겨서 컴퓨터 화면으로 지켜본 분들은 잘 모르지만, 티 안 나게 실수를 많이 했다. 에스프레소 추출에서 내가 생각했던 세팅대로 되지 않았고, 긴장한 탓에 프레젠테이션도 매끄럽지 않았다. 또 창작메뉴에서는 크림을 따르는 과정에서 겉으로 튀는 실수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결선에 오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Q. 인터뷰할 때 소통의 문제는 없었나

A. 본선 때는 쉬운 질문들만 나왔다. 바리스타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WBC에 처음 참가했는지, 어떤 커피를 썼는지 등…. 결선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커피시장에 대한 질문 등 예상하지 못했던 심도 있는 질문들도 나왔다. 다행히 MC 중 한 명이 한국계라 한국어를 섞어 쓸 수 있어 편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Q. 대회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A. 결선에서는 카푸치노의 우유 온도가 낮았고, 창작메뉴 재료 설명이 심사위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감점을 받았다. 영어발음상의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쉽다. 또 창작메뉴에서 특정 향이 너무 강했다는 지적과 잔에 담긴 음료의 양이 달랐다는 평이 있었다. 핸드메이드 잔이라 이를 고려해서 양을 조절했던 것인데, 프레젠테이션에서 설명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하지만 에스프레소 평가에서는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점수를 많이 받았고, 심사위원도 '에스프레소 점수가 이렇게 높아?' 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아직도 의아하다. 뒤돌아보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감점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점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또 우연히 본선과 결선의 헤드저지가 같았는데, 그분 말로는 본선 때 더 잘했다고 한다. 본선 때는 웃으면서 여유롭게 시연에 임했지만, 결선 때는 경직돼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는 말을 들었다. 본선에서 애드리브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Q. 어떤 애드리브가 있었나

A. 창작메뉴를 만들면서 시간상 여유가 생겨 계획에 없던 행동을 몇 가지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크림을 만들어 에스프레소에 섞고 스푼으로 맛을 보면서 '굉장히 맛있다'고 말했던 부분이다. 위생적으로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반반이었다. 한 명은 소리 내서 웃고, 한 사람은 무표정, 두 사람은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순간, 속으로 '잘 되면 대박이고 안 되면 한국 가야겠구나' 싶었다. 또 생크림 만드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에게 향을 맡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Q. 2004년 때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A. 그때는 한없이 못했다. 지금과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대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대회 영상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준비를 제대로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때가 더 아쉽다.


Q.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다면

A. 대회가 끝나고서 우승한 영국 선수의 나이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간 초과를 했음에도 우승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언론에서는 그를 노점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번에 영국 선수를 도와준 스퀘어마일이라는 팀이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거기에서 일하는 것일 뿐, 노점상은 아니다. 그렇게 잘못 비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Q.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버디(Buddy) 시스템이 도입됐는데 어떤 것인가

A. 낯선 국가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50여 개국에서 온 바리스타들은 현지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버디 시스템은 그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대회 관련 조언도 구하고, 기물이 깨지거나 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버디들은 미국 내 바리스타 길드에 가입된 유료 회원들이다.


Q. 출국 전 인터뷰에서 말한 '딱 두 번만 하고 오겠다'라는 목표로 이루고 왔는데, 기분은 어떤가
A. 멘트를 '딱 두 번만 하고 오겠다'가 아니라 '이름이 제일 마지막에 불리고 오겠다'고 해야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대회는 의미가 크다. 커피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상위 10위 안에 들었고, 그 이상으로 결승에 진출해 기분이 좋다.


Q.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A. 우선 부모님께 감사하다. 새벽에 잠도 안 주무시고 인터넷으로 중계되는 걸 지켜봐 주셨다. 결선이 끝나고 5위에 이름이 불렸을 때는 '축하한다'고 문자까지 보내주셨다. 많이 걱정해주고 도와준 Republic of Coffee 구성원들과 커피교육협의회 관계자 분들, 그리고 선수의 마음을 이해해주며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 이영민 바리스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