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구동 노천 카페 | |||||
글쓴이 : | 허경택 | 등록일 : | 2006/09/05 | 조회수 : | 3 |
얼마 전에 일본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즐기면서 태어 난 이후 처음으로 여유있는 마음으로 다녀 온 여행이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인데다가 그 중에서도 가장 발달된 도시인 도쿄를 다녀오고서 그것을 내가 살고 있는 원주와 비교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을 다녀 온 그 며칠 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과 홍익대 앞을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어서 도쿄와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서울과 다른 점은 도쿄 어디를 가든 그 곳의 커피 맛이 비교적 값도 저렴할 뿐더러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 점이든 아니든 어떤 커피점 일지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어린 아들과 함께 간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에 보이는 커피점에 들러서 마셔 본 그 커피 맛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2~3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로서는 식사를 한 후에 적당히 때우는 커피가 아니고 메인 메뉴의 가격과 품질에 전혀 손색이 없는 커피를 원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메인 메뉴에 어울리지 않는 커피가 제공되면 배신당한 기분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여행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서 사게 되는 커피일지라도 그것이 커피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것이라면 커피가 갖고 있는 맛과 향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맛없는 커피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원두커피인 것 같습니다. 휴게소 뿐만 아니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판매되는 커피도 맛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거기서 판매되고 있는 커피는 그저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그게 커피라고 생각하면서 판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맛없는 커피를 돈을 주고 혹시나 하고 삿다가 역시나 하는 실망감에 기분을 잡친 적이 한 번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행구동엔 노천 카페가 있습니다. 흔히들 ‘길 카페’라고 합니다만 ‘길 카페’는 특정 상호이기 도 합니다. 그 길 카페를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노천 카페가 2~3곳 있지만 원주 시민들은 그 일대를 길 카페라고 통칭하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도 확보되어 있고 상당히 넓은 공간에는 30~40대 가족 중심의 손님들이 주류인 것 같습니다. 한 여름에는 원주 시내에 있는 카페 사장님들이 손님들이 모두 길 카페에 갔는가 보다고 할 정도로 거긴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주로 저녁 시간대에 우동, 팥빙수, 떡볶이, 커피 등등이 주 메뉴인 것 같습니다. 거긴 꽤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원주 시내가 전부 내려 다 보이고 시원할 뿐만 아니라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오래 전에는 자판기 몇 대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바람도 쏘일 겸 커피를 뽑아서 마시자고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가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느 사이에 이런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 노천카페를 원주 시민들이 즐기기 시작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도시에는 없는 원주만이 갖고 있는 시민의 유일한 휴식 공간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엔 노천 카페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봄엔 황사 현상, 여름 그 무더운 햇살, 짧은 가을, 추운 겨울 날씨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일본 도쿄 이집트 대사관 가까이 있는 노천 카페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맛도 맛이거니와 건물은 단층인 데다가 지붕은 아름다운 색깔로 채색되어 있는 기와로 덮혀 있어서 이색적인 느낌을 주며 거기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깔끔한 복장과 그 친절성은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행구동 길 카페가 도쿄의 노천 카페와 똑같을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이왕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서 알려진 만큼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을 받자면 그곳에 있는 노천 카페들이 비슷한 메뉴로 통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곳이 한 군데 있고, 시원한 팥빙수 잘 하는 곳 그리고 국산 팥앙금을 가득 넣은 앙금빵 잘 하는 곳 등 나름대로 차별화를 도모한 노천 카페로 자리매김한다면 행구동 노천 카페는 우리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오래오래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떠들썩하지 않은 소규모 공연을 유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피서를 가지 못한 시민을 위하여 시청 앞 광장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또는 클래식 음악을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즐기는 분위기로 공연을 진행하는 곳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곳만이 아닌 음식이 문화가 접목되어지면 한결 생명력이 긴 명소로서 부상하지 않을까 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떠들썩한 노래 자랑 대회 같은 행사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런 행사는 원주 시내에 산재해 있는 노래방이 대신하도록 두는 게 오히려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여름을 식혀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이웃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용하고도 작은 공연이 거기서 개최된다면 원주가 참 행복하게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것 같습니다. 그 곳이 항상 거기에 있을 수 있도록 우리 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해야 되겠습니다. 그런 곳이 없다면 얼마나 우리 원주가 살 맛이 없는 삭막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겠습니까? 행구동 노천 카페는 우리 모두가 가꾸어나가면서 변함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
(예술이 흐르는 강, 2006년 9월호)
출처 : 커피대학
글쓴이 : 라떼 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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