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미남경은 그 이름이 특이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카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름의 의미를 알게되면 자녀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자식 사랑 못지않게 커피를 사랑하는 지은이의 커피 사랑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구요.
비미남경을 다녀왔습니다. 신촌 이대앞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에부터 들어왔지만 강원도 원주에 있으면서 싶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구요, 신촌 로터리 부근과 이대 앞은 내가 어렸을 적에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라 그렇게 낯설기만한 곳은 아니지만 지금의 혼잡함이 발걸음을 멀리하게 만든 셈이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한번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홍차 전문점과 스타 벅스, 그리고 스위트 스페이스 등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간판을 곁눈질하면서 비미남경이 있는 골목길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비미남경이 있는 골목은 그 이름에 걸맞지않게 골목 그 자체는 꾀죄죄하였습니다. 좁은 골목과 약간은 거북한 냄새를 풍길 수도 있는 그 길은 이대앞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곳이었지요. 탁자 4개의 조그마한 카페였습니다. 내가 들어섰을 때는 개성있는 헤어 스타일을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쪽 테이블에 젊은이들이 담배를 피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미닫이 문을 활짝 열어젖혀놓아서 담배를 피워도 그다지 방해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나는 바 앞의 의자에 앉아서 우선 조심스레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메뉴판도 보고 사용하지 않는 개스 오븐 레인지 위에 놓여있는 꽤 오래됨직한 에스프레소 머신, 저쪽 구석에 어지럽게 생두 자루와 뒤섞여 있는 배전기(이것도 상당히 오래전 것으로서 내가 통상 보아온 기종과는 그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를 훔쳐보면서 나는 20대로 보이는 여성 바리스타에게 하우스 커피 마일드를 주문하여 마시고 또 수마트라 만델린을 주문하였습니다.
바리스타는 도자기 드립퍼에 뜨거운 물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주입하여 서브를 덥혀 주더니 마일드는 16g, 만델린은 24g의 커피콩을 갈아서 여과지위에 붓고 온도계가 꽃혀 있는 커피 폿트로 물을 커피 가루위에 안에서 바깥으로, 또 바깥에서 안으로 나이테를 그리면서 150cc의 커피를 내려 주었습니다. 커피 일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고 하는 그 바리스타의 핸드 드립 커피 추출법은 퍽 숙달된 자세를 보였습니다. 만델린 커피가 평소 내가 좋아하던 바디 감이 다소 달랐지만 그것은 아마 추출법에서 온 결과가 아니고 배전의 차이에서 온 결과인 것 같았습니다. 비미남경의 명성은 초행자일지라도 쉽게 들어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편안함을 주는 카페이면서 또 손님을 맞이하는 바리스타의 전문성이 서비스와 커피의 수준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나는 가지고 간 사진기로 카페의 모습을 담고 에디오피아 모카 하라와 시다모 원두를 각각 한 봉지씩 사들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원주에 가면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곳 이야기를 하면서 그 맛을 다시 음미하고 싶다는 즐거움을 가슴에 가득 품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원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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