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가 우리들의 일상적인 음료로 자리 잡지 못하고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좀 특이하거나 유별 난 사람이 즐기는 음료수로 인식되어 온 것은 오래 전 우리 국민들의 소득 수준과도 관련이 깊었다고 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격인 다방 커피 또는 자판기 커피에 비하면 원두 커피의 가격은 자릿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2만 불 수준에 이른 국민소득에도 불구하고 원두커피의 소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은 인스턴트 커피의 편의성 또한 한 몫 하지 않았나 생각되어진다.
원주 의료원 사거리에서 원주 소방서를 지나면 그 왼쪽에 단구동이라는 동네가 나타나는데 그곳에 세라믹과 포크 아트의 합성어로 된 도자기 공방 ‘세라포크’가 있다. 나는 그 곳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가 되면 10명 전후의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커피를 사랑하는 분들과 2시간 가까이 커피 교실 시간을 갖고 있다. 참가비는 커피 두 잔에 해당하는 만원이다. 첫째 날에는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를 직장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도록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를 내리고 담소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프렌치 프레스는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3분 후에 걸러서 마실 수 있는 기구로서 원두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단지 커피가 신선하지 않다면 좋은 맛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나는 일요일에 시간을 내어서 특별히 구입한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를 로스팅하여 커피 맛이 가장 좋아지는 3일째 되는 날에 커피교실에서 시음하였다. 그렇게 정성들여 내린 커피를 누가 맛있다고 하지 않으랴.
둘째 날에는 구멍이 세 개 있는 칼리타 드립퍼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을 가졌다. 칼리타 드립퍼는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원두 커피를 추출하는데 사용되는 기구로서 커피 가루를 여과지에 담아서 모기향 처럼 중앙에서 바깥으로 그리고 다시 중앙으로 주전자로 물줄기를 내려서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라고 설명할 수 있다. 커피 가루위에 물 줄기를 얹듯이 조심스럽게 물을 주입하면 환상적인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면 싱크대 앞에서 주전자로 물줄기로 모기향 그림을 그려가며 연습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셋째 날에는 융 드립으로 커피를 내렸다. 융 드립이란 천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에 커피 가루를 넣고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커피 가루가 아무런 장애 없이 뜨거운 물을 흡수하여 커피 성분을 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커피 추출법이라는데 이론이 없는 방법이다. 단지 융 드립퍼를 물에 적셔서 냉장고에 보존해야 된다는 게 불편하다.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 칼리타 드립퍼로 느낄 수 없는 융 드럽퍼만의 맛을 실감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은 코노 드립퍼로 커피를 내리게 된다. 코노 드립퍼는 융 드립퍼가 갖고 있는 불편함을 개선한 것으로서 원추형의 플라스틱 기구에 구멍이 한 개 있다. 커피를 내릴 때 물줄기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커피 가루위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에 따라서 커피 가루로부터 용해되어 추출되는 성분과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 맛 또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커피 추출법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방법을 발견하였다면 무료한 일상이 커피와 더불어 삶이 보다 즐거워지지 않을까? 커피 교실이 끝나면 모두 100그램의 신선한 원두를 선물 받고 집으로 돌아가서 일주일후 다음 수업이 시작되는 날까지 그 날 배운 추출법으로 커피를 내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커피 교실이 확산되어 원두 커피의 향기가 골목길까지 흘러나오는 우리 동네가 되었으며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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