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 상호 小考
상호를 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지 않은 자본과 노력이 수반되어 창업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더더욱 간단히 결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체에서도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오던 상호를 과감하게 버리고 글로벌화에 걸 맞는 로고를 창안하느라고 고심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의 경우에는 다른 업종의 상호와는 달리 커피가 우리의 전통적인 식품이 아니라는 인식하에서 영어나 프랑스어를 차용하고 좋은 느낌을 주는 상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운영자가 바뀌었지만 원주에서 수년 전에 케이크 카페 전문점을 설립한 창업자는 ‘베이커리와 와인 그리고 커피’를 주요 제품으로 하여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뜻에서 상호를 이들 합성어인 ‘베이와빈’(빈은 커피 빈을 뜻함)으로 하였다. 어린아이 이름처럼 친근감이 있는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에 내가 가본 커피 전문점은 그 상호가 ‘플로리안’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1683년에 베네치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Florian)이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원주에서 재현되었다고나 할까?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의 이름을 한자씩 차용하여 ‘준과랑’이라고 지어서 본래 이름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커피 전문점도 있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는 관동대학을 지나서 시골 길을 한창 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자리 잡은 카페 레스토랑이다. 브라질에서 ‘테라로사(Tera rosa)’는 ‘붉은 색깔의 비옥한 토양’을 말한다. 커피나무가 잘 자라는 토양의 포루투갈어에 해당되는 말이다. 주문진 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 영진 해수욕장이 있는 언덕배기에 ‘보헤미안’이라고 하는 펜션 카페가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학창 생활을 그곳에서 보낸 재일교포가 문막에서 목장을 운영하다가 뜻한바 있어 다시 일본에 가서 커피를 배워가지고 나와 고려대학 부근에서 창업한 이후 오대산과 경포대를 거쳐 지금 이곳에 정착해 있다.
춘천에 있는 ‘미스타페오’는 춘천 땜 아래의 애니메이션 박물관의 강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나스카피 인디언들이 그들의 심장 속에 살고 있는 불멸의 영혼을 ‘미스타페오’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한 것이며 그 뜻은 ‘나의 친구, 위대한 사람’이라고 한다.
서울 청담동의 ‘커피미학’은 인천이 고향인 분이 일본인과 결혼하여 오랫동안 일본서 살다가 이제 나이 들었으니 나도 모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하여 창립한 커피 전문점이다. 최고 품질의 커피를 지향하는 곳이다. 이화여자대학 앞에 가면 ‘비미남경’이 있다. 재일교포가 자녀들의 이름 한자씩을 따와서 지은 상호라 한다. 예술의 전당 가까이 가면 ‘고종의 아침’이라고 하는 카페가 있다. 고종이 덕수궁의 ‘정관다헌’에서 커피를 즐겼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고종은 한국인 중에서 기록상으로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신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커피를 끓인 무수리나 고종에 앞서 커피를 마신 제조상궁도 있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대구의 ‘커피명가’는 주식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설립년도도 꽤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구의 커피 명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 도쿄에 가면 카페 ‘바하’가 있다. 작곡가 ‘바흐(Bach)’의 일본식 표기법이다. 바흐가 작곡한 ‘카페 칸타타(Kaffee Kantate)’는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딸과 그것을 말리는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로 엮여있는 내용이다. 서울 변두리에는 ‘칼디’라고 하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서기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서 야생의 커피나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양치는 소년의 이름이 ‘칼디(Kaldi)'였다.
스타벅스(Starbucks)는 하워드 슐츠가 1982년에 경영에 참가한 뒤 오늘 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1999년도에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이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 200여 점포가 오픈하여 원두커피 문화의 확산에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모비딕’이라는 작품 속의 1등 항해사의 이름에서, 로고속의 꼬리가 두 개 달린 인어는 16세기 노르웨이의 목판화에 근거한 것이다. (예술이 흐르는 강,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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