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 분당 '올 Coffee&Tea'카페
저렴한 가격에 향미 좋아… "기부했다" 자족감 갖게해… 서로 돕는 어울림 큰 의미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지난 5일 낮 12시 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카페 '올 Coffee&Tea'에 손님 2명이 들어오자 한 종업원이 약 99㎡(30평) 규모의 카페가 떠나가도록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단골손님 권수진(39)씨가 "어? 오늘 말아톤 청년 일하는 날이네. 반가워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마친 배형진(29)씨는 곧바로 계산대로 달려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았다.
"카페라테 한 잔, 아메리카노 하나요."
"카페라테, 아메리카노"하고 되뇌던 배씨는 이내 "육천오백원입니다"라고 외쳤다. 현금 1만원을 받아 거스름돈을 챙기는 손놀림은 느리지만 익숙해 보였다.
- ▲ 5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올 Coffee&Tea’카페에서 영화‘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29)씨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있다. 이 카페는 발달장애인에게 안정적 고용과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작년 4월 문을 열었다. /한수연 기자
'올 Coffee&Tea' 카페는 발달장애인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카페 수익금은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 쓰는 사회적 기업이다. 영화 '말아톤' 흥행 이후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말아톤복지재단이 지난해 4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이 카페를 열었다. 카페 매니저 안성희(29)씨는 "대부분의 장애인이 힘든 조건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서 일하거든요.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자립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이 카페를 운영하게 됐어요"라고 전했다. 배씨 역시 경기도 하남의 한 악기 조립공장에 다니다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쉼없는 업무를 버티지 못하고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쓰러져 결국 일을 그만둔 적이 있다고 한다.
- ▲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올 Coffee&Tea’카페에서 직원 이관민(22)씨가 능숙한 솜씨로 손님들이 주문한 커피와 차를 서빙하고 있다. /말아톤복지재단 제공
카페에는 전문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직원 3명과 배씨를 포함한 발달장애인 직원 9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서류전형·면접전형을 통해 고용된 장애인 직원들은 카페 오픈 전부터 6개월 동안 교육과 실습을 거쳤다. 오랜 시간 서 있는 게 버거운 이들이라 처음엔 서툴렀으나 이제는 주문접수·서빙 모두 거뜬히 해낸다. 막내 강수연(21)씨는 스무디·아이스티·초코라테 등도 만들 줄 안다. 이관민(22)씨는 "사람들 눈 마주치며 주문받는 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즐겁고 편안하게 일하는 분위기 덕분에 장애인 직원들 모두 한 명도 그만두지 않고 함께 일하고 있다.
시중 카페보다 1000~2000원 저렴한 '착한 가격', 장애인들을 위한 '착한 카페'라고 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민들의 호응도 좋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평균 100여명의 손님이 카페를 찾는다. 이날도 낮 12~1시 사이 30여명의 손님들이 카페를 방문했다. 권수진씨는 "커피 맛도 좋고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도 창출해 주는 의미 있는 곳이라 더욱 찾게 된다"고 했다. 이정민(33)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다"며 "차 마시면서 기부한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이 장애인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