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투데이

연변에 보내는 커피향 가득한 책

닥터허 2011. 5. 30. 12:57

연변에 보내는 커피향 가득한 책
2011년 05월 30일 (월) 10:01:46 허경택 토지사랑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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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주말 박경리문학공원에는 커피향이 가득했다. 지난 7일 5월의 첫 토요일에는 커피가 발견된 곳에서 재배되고 있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향기를, 14일은 카리브해의 바다 내음이 풍기는 도미니카 산타 도밍고 커피를, 21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가 생산되고 있는 브라질 펄프드 내츄럴 커피를, 그리고 마지막 토요일인 지난 28일은 공정무역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네팔 커피의 향기를 즐길 수 있었다.

상지영서대학 조리음료바리스타과 커피동아리와 평생교육기관 바리스타 과정 수강생들이 아침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우유에 공기를 불어넣어 카푸치노를 만들며, 공원을 탐방하는 시민들을 맞았다.

소설 토지의 서희가 평사리에서 식솔을 이끌고 간 용정과 인근 연변. 그 곳의 어린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을 모으기 위해서다. 작년 이맘 때 '소설 토지를 읽고 싶다'는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소설 토지를 보낸데 이어 올해는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보내자는 뜻을 모아 시작된 '커피 세레모니' 행사이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읽고, 깨끗이 보관했던 책을 갖고 오신 분, 소설 토지 한 질을 기증하신 분, 카푸치노 100잔에 해당하는 거금을 모금함에 선뜻 넣어주신 소설 토지학교 학생, 커피 세레모니 행사 때마다 후원해 주시는 작가 선생님과 커피 전문점 사장님의 후원이 행사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만들어 주었다.

소설 토지 집필지 원주에서 소설의 배경이 된 연변의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낸다는 자연스러운 당위성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행사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고 박경리 선생님이 소설 토지를 쓰는 동안 단구동에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시가 공원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문 밖에는 하이에나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커피를 옆에 두고 사마천과 같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소설 토지 5부를 완성해 나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소설 토지가 커피 향기와 함께 연변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행사를 가져오게 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소설 토지학교에서 강연을 해 주신 서울에서 내려 온 교수님에게 "원주에 있는 우리가 박경리 선생님 선양 사업을 어떤 각도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러운가?"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소설 토지를 박사 논문으로 완성하고, 앞으로도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평생을 목표로 하고 계신 그 교수님은, 선생님의 삶을 조명하는 것도 좋지만 소설 토지라고 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 하셨다.

박경리문학상 제정이 준비되고 있는 이 시점에 원주와 연변간의 아름답고 자그마한 문화 교류가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