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흐르는 강

[스크랩] 가까이 두고 싶은 우산동의 양지서적-예술이 흐르는강 5월호

닥터허 2007. 5. 13. 00:27

가까이 두고 싶은 우산동의  양지서적

허경택(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상지영서대학 앞 네거리에 양지서적이 있습니다. 아마 우산동의 유일한 서점이 아닌가 합니다. 양지서적 왼쪽에는 롯테리아가 있고 그 길 건너편에는 파리 바케트와 크라운 베이커리가 있는 곳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 걸 보면 그 앞을 자주 왕래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그 곳에 책방이 있었나 하시는 분도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층 건물에 1층은 책방이고 2층은 살림집인 것 같습니다. 책방은 아주 좁고 2층 살림집도 책방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고 말씀드리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그 책방에 전화를 해서 책을 주문하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제가 원주에서 책을 전화로 주문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곳입니다. 그 때마다 싫은 내색 않고 제가 주문한 책 1권을 잘도 챙겨주십니다. 요즈음은 사모님이 주로 책방을 보고 계시고 사장님도 가끔 보십니다만 예전처럼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짬을 내어 다른 일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것 같습니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하고는 이런 면이 굉장히 다른 것 같습니다. 자녀들은 아들만 둘인 것 같습니다. 그 아들들이 모두 음악을 좋아해서 악기를 곧 잘 다루는 모양입니다. 가끔 그 곳에 가면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큰 아들은 국립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작은 아들은 고등학생으로서 열심히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그 둘째 아들도 서울에 있는 음악대학에 진학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저희 집안에는 피아노를 대학에서 가르치는 형수님이 계신데 자녀들이 모두 음악과는 거리가 먼 인문사회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아들 중에 엄마와 전공을 같이한 아들을 두고 싶었지 않았었느냐고 했더니 그 분 말씀이 남자가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가지지 않고서는 가장으로서 음악을 직업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양지서적 두 아드님은 예사로운 아드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산동에는 상지대학과 영서대학이 있고 재학생이 많은 때에는 1만 명이 되었습니다만 서점이라곤 교내에서 교과서 위주로 판매하는 구내서점 두 곳 뿐이고 교문 바깥에는 양지서적이 유일합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 앞에도 서점을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원주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 아닐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 두 분은 언제나 밝고 온화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계십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학년이 올라 갈수록 더 책을 사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두 분이 그래도 오래오래 책방을 운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두 분의 건강이 허락할 때 까지 만이라도. 두 아드님이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갖게 되면 두 분의 어깨가 다소 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아드님이 아버님을 조금 도와드려서 집터가 넓지 않은 그 집을 개축해서 3층 건물을 지어 1층은 북 카페로 쓰시고 2층은 가끔 아드님이 오셔서 바이올린 렛슨하는 교습장으로 사용하고 3층은 두 분의 살립집으로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1층 북카페에서는 향기롭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런 북카페가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콩을 볶고 커피를 내리는 기술은 제가 그 동안 신세진 것에 대한 보은으로 전수해 드릴 수 있습니다. 2층에서 흘러나오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커피 향에 실려 대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한방 병원에 입원해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그런 카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산동의 양지서적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8월에 글을 써 두고서도 혹시나 나의 무딘 글이 그 분들의 마음을 상하기라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스러워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었는데 최근에 양지서적의 달라진 모습에 다시 글을 보충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전화로 서강대학교 장영희 교수가 쓰신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책을 시험 공부에 시달리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주문하였더니 책방을 개축해서 책방과 슈퍼마켙을 같이 하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책이 오자면 여는 때보다 다소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하셨습니다. 출 퇴근 길에 눈여겨 그곳을 보니 정말로 공사 자재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니 드디어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나 봅니다. 그 며칠 후 훨씬 넓어진 통유리 너머로 주인 아저씨가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사모님이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져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문한 책을 가지러 간 그 책방은 2/3정도가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24시간 슈퍼마켙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책은 훨씬 더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모님은 그 동안 신용을 잃지 않고 살아온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건물을 개축할 수 있었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 가게를 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상상한 북카페는 아니지만 사거리에 위치한 그 책방은 이제 아주 쉽게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개축되고 책방과 슈퍼마켙을 이용하는 손님들에 의해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으로 변화되어서 예전보다 경영상태가 호전될 것임에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책방이 사라지지 않고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된 것은 그 두 분이 자녀를 사랑하듯 대학생들이 책을 읽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라 주었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학가 앞에 책방 하나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다면 그런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성장하여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으며 그런 대학이 우리 지역에 과연 있어야 될 필요성이 있는 대학인가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가 혁신도시,기업도시가 되어서 인구가 30만을 넘어 50만을 바라본다고 해도 책방 하나 없는 대학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원주의 자화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내 아들이 컴퓨터 오락 게임과 T.V. 영상에만 매달리지 말고 때로는 시간을 내어 그 책방에서 활자로 찍혀 나온 그 글자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운 문장에 가슴을 적셔서 자기만 알지 말고 어른이 되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나의 성장은 그 책방에서 이루어졌노라고 말 할 수 있는 그 곳이 거기 계속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도시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 건강해야 합니다. 그것은 책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지서적이 오래도록 그곳에 있어야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출처 : 커피대학
글쓴이 : 라떼 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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