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흐르는 강

[스크랩] 원주에서 와인 즐기기

닥터허 2007. 5. 13. 00:29
 

원주에서 와인 즐기기 

               

             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허경택


   카페인으로 대표되는 커피와 알코올을 함유한 와인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짧게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커피는 나른한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에 만족하고 와인이 가져다 주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분위기와 알코올이 몸에 스며들어오면 느껴지는 그 기분이 다 좋았기 때문입니다. 취미 생활 정도로 즐기기만 한다고 하면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만 그것이 저의 본질적인 문제까지 관련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인은 포도주로 번역되고 있습니다만 포도주라고 할 때와 와인이라고 할 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포도주라고 하면 포도에 소주를 넣어서 손쉽게 발효시킨 술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고 와인이라고 하면 우리 술이 아닌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외국에서 들어 온 그래서 좀 비싸고 또 테이블 매너를 갖추어서 마셔야 한다는 다소 부담되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하면 우리 한글에 대한 지나친 비하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와인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어떤 대학에서는 막걸리 대학 이라는 오랜 전통의 관행을 깨고 와인을 그 대학의 상징적인 술로 정하여 교양 과목에 와인학개론을 도입하고 촌사람이 아닌 세련되고 매력적인 매너를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미지를 대학에 심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대학의 로고가 들어 간 와인을 특별 주문하여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선물하여 학교 발전기금을 수십억 모금하여 학교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와인이 가져다주는 파급 효과에 대하여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음주문화를 개선해 보겠다는 취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와인 특강을 실시하였다는 대학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아직 우리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가격이 비싸고 관리하기가 까다롭고 와인의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와인을 선물 받았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아서 한 쪽 구석에 방치해 두었다가  못 먹게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원주에 와인을 취급하는 업소가 하나, 둘 생기고 있어서 와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원주는 어느 모로 보나 와인과는 인연이 오랫동안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3년 전 쯤에 폭탄주라던가 술잔 돌리기 등 우리의 전통적인 음주문화도 좋지만 그 음주 문화에 다양성을 가져 오는 것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감성의 도시로, 삶이 보다 풍요로운 곳으로 변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여 대학에 와인 강좌를 개설하고 시민들을 상대로 와인 특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변화의 속도는 미미합니다만 와인 동호회가 결성되고 와인을 취급하는 카페와 음식점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서울에서도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우리가 자랑하는 횡성 한우 고기와 함께 즐기는 레드 와인의 맛은 정말 각별합니다. 

   와인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와인은 다른 술과 섞어서 마시지 않아서 좋고 술잔을 돌리지 않아서 더 좋고 식사와 함께 해서 더더욱 좋고 이른바 원 샷을 강요하지 않는 술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야 그 맛을 더 즐길 수 있는 술인 것 같습니다.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대화하기 위해서,분위기에 젖어 마시는 술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음식이란 예의를 알아야만 더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음식을 먹을 때. 일본 음식을 먹을 때, 또는 이른바 양식을 먹을 때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있는 자리에서 하는 식사는 지켜야할 테이블 매너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알고 식사를 하게 되면 즐거운 식사 시간을 끝마칠 수 있습니다.   

   이제 원주는 와인문화가 싹트기 위한 아주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숫자적으로 많지는 않습니다만 와인을 즐기는 분들이 있고 와인을 좋아해서 업소에서 와인을 판매하거나 와인을 음식과 함께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고 원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와인 양조공법으로 복분자와 배,다래 와인을 생산하는 공장도 있으며 전국에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횡성 한우 고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원주는 지리학적으로 와인 문화가 꽃 피울 수 있는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주천강(酒泉江)의 어원은 태기산(泰岐山,1261m)의 바위샘에서 술이 분출하여 이룬 강이라는 설에서 유래하였고 우리나라에서 지명이 술과 관련된  유일한 곳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숙명적인 술과의 인연을 져버릴 수 없다는 것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등에 업고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와인 강좌를 봄 학기에 개설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와인에 관한 다소의 지식을 갖추게 되면 와인의 맛과 향기를 더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감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이 풍요로워 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더 문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봄 학기가 기다려집니다.    

(예술이 흐르는 강,2007년 2월호)    

                   


출처 : 커피대학
글쓴이 : 라떼 박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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