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택의 커피 로오드 - 4
스토리가 있는 커피 전문점의 창업
허경택 (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커피는 생두를 가열하여 맛과 향기를 가진 원두로부터 추출한 것이다. 추출된 커피 성분의 99.5%가 수분이고, 그 나머지 0.5%가 고형분이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분쇄한 커피 가루에 물을 주입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원두에 함유되어 있는 커피의 맛 성분을 추출하고, 남아있는 커피 찌꺼기를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커피의 맛은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인 드립퍼(Dripper)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기구에 따라 다양하다.
사이펀 커피는 일본에서 발달한 커피 추출법이다. 사이펀을 이용한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가 열리고 있을 정도로 사이펀 커피 전문점이 성업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이펀 커피 추출 도구를 갖춘 커피 전문점은 많지만, 샵 한쪽 구석에서 장식품 구실만을 할 뿐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다른 추출 도구에 밀려 많이 이용되지 않고 있다. 사이펀 커피는 플라스크에 물을 넣고 알코올이나 할로겐, 또는 가스로 가열하여 생긴 수증기압에 의하여 물이 상부에 연결되어 있는 로드에서 커피가루와 만나 커피가 추출되고, 가열을 중단하면 하부로 커피가 여과되는 시스템이다. 부드러운 커피의 맛과 향기는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학교의 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유리로 된 실험 도구와 같은 기구에 물줄기가 올라가서 커피가 되어 내려오는 화려한 연출력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에 있는 일본에서는 성업 중인 사이펀 커피 전문점이 국내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나의 궁금증으로 남아있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히트한 식품보다는 일본에서 잘 팔린 식품이 국내에서 인기 있는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그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고 싶었다. 국내에서 반짝 보이기만 하고 사라졌던 이면에는 유리도구로 되어 있어 다루기 불편하다는 점, 커피의 맛 보다는 눈요기꺼리에 치중해서 커피 마니아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소홀했다는 점, 장비의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 등이 사이펀을 멀리하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커피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커피를 전공하는 학과와 커피에 대한 소양을 쌓고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커피전문가과정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으며, 배전기(로스터)를 갖춘 로스터리 샵 13곳이 성업 중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커피 전문점으로 인하여 생각한 만큼 매출이 올라가지 않는데 대하여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경영주는 커피 교육이 활성화되는데 대하여 불만스러운 생각을 가질 수 가 있다. 커피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이 고만고만한 시설을 갖추어 눈에 띄는 장소에 몰려들면 결국에는 경영상의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장 보고 싶은가?" 하고 물었더니 "에밀레 종"이라고 답한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성덕대왕 신종"을 보겠다는 사람은 소수였다고 한다. "에밀레 종"에게 전해 내려오는 스토리가 정식 명칭인 "성덕대왕 신종"보다 더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커피 추출 방법의 활용은 커피 문화가 발전해 갈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직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이펀 커피를 스토리가 있는 커피 문화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선택해 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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