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커피 즐기기 - 아프리카 편 -
허경택 ( 상지영서대학 조리음료바리스타과 교수 )
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양치는 소년 칼디는 항상 그러하듯 염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다. 저녁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염소 떼들을 이끌고 산 아래로 내려온 칼디는 잠을 청하려고 했으나 다른 때와는 다르게 염소 떼들이 우리 안에서 떼 지어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통에 잠을 설쳤다. 이런 현상은 그 다음날에도 계속되었다. 오랫동안 양치기로서 지내온 그에게 이런 경험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 그날부터 칼디는 염소 떼들의 이상한 거동을 밝혀내고자 수일간을 염소 곁에서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 결과 빨갛게 익은 열매를 먹은 다음에는 자지 않고 흥분해서 설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칼디는 아랫동네로 한달음에 달려 내려가서 평소 알고 지내던 수도승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본 그대로 전달하였다. 설마하던 수도승도 흥분한 염소들을 보고서 “그럼 내가 한번 먹어봐야지” 하고 빨갛게 익은 열매를 솥에 가득 부어 뜨거운 물로 우려내어 마셔보기에 이르렀다. 그날 저녁 밤늦게까지 경전을 읽은 수도승은 동료들이 꾸벅꾸벅 조는 와중에도 더욱 초롱초롱해진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이 사실은 동료 수도승의 입을 통해서 마을에서 이웃 마을로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짐마에서 커피가 발견된 전설이 이제는 역사가 되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발상지-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야생의 커피나무의 품종은 아라비카종에 속하는 티피카였다고 한다. 고지대의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아라비카종은 맛과 향기가 우수해서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예멘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대량으로 재배되어 모카 항을 통해서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커피가 발견된 짐마 뿐만 아니라 시다모, 예가체프, 하라, 리무 등지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특히 예가체프는 수세법으로 가공된 생두가 상쾌한 신맛에 초콜릿향이 더해져 자극적이지 않은 향미로서 커피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하면 “커피 세레모니”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이 손님들을 맞이하여 커피를 내리는 의식이다. 생두를 물로 세척해서 프라이팬을 숯불을 피워 가열하여 주걱으로 뒤집어가며 커피 생두를 약하게 볶은 다음 절구에 넣어 적당한 굵기로 빻아서 주둥이가 좁은 까만 항아리에 빻은 커피를 넣고 허브향을 피워가며 한참동안 끓인다. 김이 모락모락 나면 항아리를 들어내어 커피가루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40여개정도 쭉 늘어놓은 작은 커피 잔에 항아리를 숙여서 커피를 연속적으로 따라서 손님들에게 접대하는 의식이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다. 나는 외국에서 개최되는 커피 축제에 가면 반듯이 에티오피아 부스에 들러서 볶아낸 커피를 빻아주기도 하면서 마지막으로 내주는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곤 이번 여행길이 즐거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곤 한다. 거기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는 커피의 영혼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 로고에는 커피 세레모니를 하는 에티오피아 여인이 그려져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무대, 케냐 -
카렌 블릭센의 자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를 보면 나이로비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조그만 마을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1,500 미터 이상에서 재배되고 있는 버번종은 수세법으로 처리되어 균형감 있는 완벽한 산미와 블랙 커런트 잎의 향기가 감도는 커피로서 바디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커피 생산량은 8만톤에 이르며 정부의 엄격한 농업정책에 의해서 품질 좋은 우량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다.
지난 2006년도에 나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젼”을 통해서 3살 된 케냐 어린이를 소개받아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나이로비에서 북쪽으로 400km를 지나서 적도 바로 위에 있는 ‘로로키“ 마을에 있는 사내아이다. 머리통은 굵고 다리는 가시에 긁혀서 피가 나있는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을 가끔 들여다보면서 내가 커피와 인연을 맺고 있을 때까지 후원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이다. 내가 그 아이 덕분에 묵직한 농도의 케냐 커피를 즐겨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킬로만자로 산맥, 탄자니아 -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이 연상되는 나라. 얼마 전 포스코의 광고 영상물에 우리나라에서 옥수수뻥튀기를 가장 잘하는 아저씨가 탄자니아의 가지가 축 늘어진 나무아래서 뻥튀기 한다는 소문에 머리에 옥수수가 담긴 소쿠리를 이고 달려가는 아이들, 뻥하고 뭉게구름처럼 수증기가 솟아오르자 튀겨져서 밖으로 나온 강냉이를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주워보려고 머리를 들이미는 모습들, 이 장면은 나의 유년 시절을 보는듯했다. 아라비카종에 속하는 버번, 켄트, 티피카 등이 주로 재배되며 연간 생산량은 4만톤 정도이다. 오늘 저녁, 헤밍웨이의 소설을 읽으면서 탄자니아 커피를 마셔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프리카에는 잠바브웨, 우간다 등지에서도 커피가 재배되고 있지만 나는 왠지 이들 커피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 거기에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스토리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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