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흐르는 강

웰빙 수제비와 핸드 메이드 커피

닥터허 2011. 12. 28. 16:33

웰빙 수제비와 핸드 메이드 커피


   올해의 원두커피 시장이 예년에 비해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는 매스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정에서 즐기는 원두의 소비량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에는 요 몇 년 동안 커피 전문점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게  된 분들은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업이 제대로 될까 하는 우려도 되는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매출이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저곳은 정말 유지가 될까하는 곳에 새로 창업한 가게가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분산되어 있지 않고 매봉마을, 백간공원, 박경리문학공원과 단구동 주위에 집중적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내가 창업하는 것은 괜찮고, 남이 창업하면 신경이 쓰이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괜히 커피 교육하는 저 같은 사람을 원망하게 됩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이제 커피 교육을 안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십니다. 커피 교육을 받고서 창업을 하는 것은 눈에 들어오고, 커피 마시러오는 손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커피교육 내용은 크게 드립교육과 에스프레소교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핸드 드립은 커피전문점에서도 사용되는 커피 내리는 기술이지만, 이것은 가정과 직장에서도 저렴하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우리 대학 평생교육원 바리스타과정은 에스프레소교육 위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만 상대적으로 국내의 다른 기관의 커피 교육과정에 비해 드립교육이 훨씬 강화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것은 시민문화센터 바리스타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평생교육정보관과 제일문화교실에서는 드립교육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두커피를 즐기는 작은 사치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커피 교실로 재촉하여 이 과정이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내의 음식점에 가면 출입문 부근에 인스턴트커피를 내리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렴한데다가 프림과 설탕이 들어가서 마시기 편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직장에서도 커피믹스를 애용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제 서서히 원두커피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커피 교육이 커피 메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분쇄하지 않은 커피 원두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 박경리문학공원 주위에 지인이 수제비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막국수나 칼국수는 점심으로 자주 하지만 음식점에서 수제비를 먹어 본 기억은 별로 없었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수제비란 밀가루를 반죽하여 맑은 장국이나 미역국에 적당한 크기로 뜯어 넣어 끓인 음식(백과사전)으로서 집에서나 가끔 먹는 요리로 생각해 왔었는데, 음식점에서 점심 요리로 먹게 된  것입니다. 메뉴판에는 웰빙 수제비와 핸드 메이드 커피가 있었습니다. 일곱가지 재료에서 정성을 들여 우려낸 육수를 하루 20명분만 만들어서 점심시간에만 수제비를 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웰빙 수제비인 것입니다. 웰빙 수제비에는 인스턴트커피가 당연히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어 원두커피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핸드 메이드 커피라고 이름 하였습니다. 보통은 핸드 드립 커피라고 합니다만 수제비와 격을 맞춰서 핸드 메이드라고 하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작명한 것 같았습니다. 커피를 오랫동안 교육하면서도 핸드드립이라고만 하였지 핸드 메이드라고 하지 못한 자신의 아둔함이 그 메뉴판 앞에서 드러나서 실소하고 말았습니다. 가게의 인테리어도 수제비를 판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아기자기 하고 그야말로 분위기 있고 부티크적인 모습으로 단장되어 있어서 웰빙이라고 붙여야만 수제비를 판매할 수 있는 음식점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고급 실내 분위기에서는 웰빙 수제비와 핸드 메이드 커피가 어울리고, 그렇지 않은 분위기라면 당연히 수제비와 인스턴트커피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위에는 원두커피보다 인스턴트커피가 더 잘 어울리는 음식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생활 패턴에 맞추어서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라도 원두커피는 커피라고 불러주고, 커피 믹스는 커피라고 하지 말고 인스턴트커피라고 해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원두커피와 커피로 통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 휴식 시간에 “커피 마실 사람?, 녹차 마실 사람?” 하길래  그러지 말고 “녹차마실 사람?, 인스턴트 커피 마실 사람?” 하고 주문을 해 달라고 했더니 모두 녹차를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원두커피에게 제 자리를 찾아줘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