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은 원주를 상징하는 산이다. 험하기로 말하면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산 정상을 비로봉 ( 1288m ) 이라고 하며, 돌탑이 3개 있다. 내가 치악산 비로봉에 맨 처음 올라간 것은 지금부터 오래전인 1973년 경이다. 소초면 백달리에 있는 군 부대에 근무할 때, 동생이 입대하기 전에 면회를 와서 부대 동료들과 같이 겨울 등반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대학에 복학하여, 여름방학 기간에 친구들과 치악산에 왔다가 큰 비를 만나 산 아래 계곡 앞 양봉 농가에서 이틀 밤을 자고 온 적이 있었고, 그 후에 지금의 아내와 사귈 때 단 둘이 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비를 만나 그 농가에서 하루를 묵었었다. 그 농가의 주인 부부는 내가 원주에 직장을 얻어 다시 온 1990년에 구룡사 매표소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만남에 반가워서 그 옛날 이야기를 꺼집어 내었더니 갑자기 집 뒤로 팔을 끌고 가더니 “ 혹시 그 때 그 아가씨가 지금 같이 온 그분이냐?”고 물어서 실소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다면 스토리 전개에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였다.
내가 매일 학교에서 커피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고, 또 커피 수업을 하는 곳에서는 산 정상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내 연구실이 있었을 때는 아침에 출근하면 쌍안경으로 뾰족한 돌탑을 바라보곤 하였다. 단풍이 물드는 모습을 보기도 하지만 구름이 산봉우리를 휘감고 있는 날과 황사가 있는 날 등 보이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원주는 전국의 어느 곳보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바리스타 과정 수강생이 인구 대비 전국에서 제일 많고, 커피 전문점이 단구동, 단계동, 매봉마을, 행구동 주위에 밀집해 있으며, 거기다가 커피 콩을 볶는 배전기를 비치한 로스터리 카페 ( roastery cafe' ) 의 수도 놀랄 정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어느 곳을 가도 비로봉을 바라다보면서 커피를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2월에 내가 사용하던 연구실의 벽을 허물고, 교육용 카페를 만들어 그 곳을 “ 카페 치악 ” 이라고 명명하였는데 그곳이 어쩌면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 나는 원주 사람들이 즐기고, 또 외지에서 원주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블렌딩 커피를 개발하여 “치악산의 아침 ”이라고 이름지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상쾌한 신맛에 바디와 단맛이 곁들어진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원주에만 있는 커피로서 원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주의 주위를 빙 둘러싸듯이 치악산이 감싸고 있는데 비로봉을 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언제쯤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그런 카페가 나타날까?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맛있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거품을 얹어서 그 위에 돌탑이 세 개 그려진 라떼아트를 "비로푸치노 “ 라고 하여 서비스 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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