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 마을 카페 촌
지난 한 해 국내 외식 산업 분야가 침체 상태에 있었지만 유독 커피업계는 성장세였다고 한다.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지만 대형 마트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커피믹스라고 한다. 커피가 갖고 있는 습관성이 있는 맛도 맛이지만 특히 “커피 향기가 좋다”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커피는 소비 요인이 많은 식품인 것 같다.
서울에서 커피 사업을 하고 있는 분의 처남이 원주로 이사 오는 길에 같이 왔던 지인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이곳의 커피 문화 수준이 높은 것을 보고 나를 볼 때마다 원주의 커피전문점 이야기를 꺼집어 내곤 한다. 원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원주가 강원도에 있고 그리고 군 부대가 많은 곳이라고 막연히 알고 왔다가 의외로 많은 커피전문점을 보고 거기에는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나 보다.
원주는 원래 음식문화면에서 그렇게 관심을 끌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가까이 있는 춘천은 닭갈비와 막국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고 강릉은 해산물로서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원주는 그렇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원주는 언제부터 커피향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하였을까?
커피는 우리들의 전통식품이 아니기에 원두커피전문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커피에 관한 공부를 해야만 한다. 생두에 관한 지식, 커피 콩을 볶는 로스팅 기술, 커피를 내리는 핸드 드립과 에스프레소 추출 기술, 그리고 커피 위에 그림을 그리는 라떼 아트, 커피를 소재로한 다양한 카페메뉴를 만드는 기술까지.
원주에 커피를 교육할 수 있는 바리스타 과정이 신설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초창기에 해당하는 지난 2003년 3월이다. 시민들을 대상으로한 과정으로서 매년 100명에 가까운 수료생을 지금까지 배출하고 있다. 커피 교과목을 가르치는 정규 학과(관광조리음료과)를 설립하고 커피 교육 과정을 이수한 시민과 학생들이 취득할 수 있는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2005년 9월 8일 상지영서대학에서 창립된 한국커피교육협의회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13,000여명의 바리스타를 배출하였다.
원주에서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인 곳을 지역적으로 분할해 보면 행구동, 황골, 중앙동, 단구동, 명륜동 그리고 판부면 서곡리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판부면 서곡리’가 유명하다. 하얏트 뷔페 안쪽의 ‘함흥 냉면 윤가’ 주위에는 10곳에 가까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7월의 정원>,<2층 버스>,<카페 스위트>,<커피해피>,<플래버>,<랭보>,<코벤트 가든>,<커피클럽>이 있고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는 <보헤미안>과 알코올을 즐길 수 있는 <뵈뵈> 그리고 일상용품을 살 수 있는 마트까지 자리해 있다. 직선거리 3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이곳에 유독 커피 전문점이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함흥 냉면 윤가’가 단계동에서 지금의 판부면 서곡리로 이전해 오자 그곳의 냉면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들이 자동차를 끌고 가족 단위로 오기 시작하여 여름철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원주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곳은 주차하기에도 편리하고, 공기도 맑고, 공원이 있고, 잔디밭도 있었다. 시내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였다. 그럼에도 식사 후에 마땅히 쉬어 갈 만한 곳이 그 당시에는 전혀 없었다.
2003년 늦은 봄, 필자가 우리 대학 평생교육원에 바리스타 과정을 신설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인이 원주에서 커피 전문점을 내고 싶다고 하며 안내를 부탁하였다. 나는 그 부부를 자동차에 태우고 행구동, 명륜동, 단구동과 판부면 서곡리를 안내하고 그 중에서도 커피전문점이 들어설 장소로서 ‘함흥 냉면 윤가’ 주변을 추천하였다. 이렇게 해서 판부면 서곡리의 ‘함흥 냉면 윤가’ 주위에 커피 전문점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커피 교육기관에서 창업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이 음식점에 몰려오는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은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한 번쯤은 깜짝 놀라는 카페 촌으로 완전히 변모하였다.
원주가 타 지역에 비하여 대표적인 먹거리를 가지고 관광객을 유인해 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이곳에 카페 촌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홍보하기 따라서는 외지인들을 원주로 오게할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에는 ‘예술인촌’도 있고 지난 11월에는 강릉시에서 ‘커피 축제’가 열려서 감성에 이끌린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곳의 카페 촌을 부르기에 좋은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주고 원주시에서 안내판도 세워주고 조경에도 좀 더 신경 써 준다면 원주의 명물로 전국적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판부면 서곡리’라고 하는 지명이 생소해서 원주사람들조차 용수골 방면에서 커피를 찾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커피 향기 마을’로 알려진다면 가까이 있는 ‘박경리 문학공원’과도 연계가 가능하여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오는 10월 1일의 커피 데이에는 이곳의 커피전문점들이 합심하고 원주시와 언론사 그리고 커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시민들을 위하여 커피와 음악과 무용을 콘텐츠로한 이벤트를 준비하여 ‘커피 향기 마을’을 선포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허경택(상지영서대학 관광조리음료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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